『굿 럭』은 『비타민F』로 나오키상을 받은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 소설세계의 원형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듬뿍 담긴 작품이 많은데, 이번에 출간된 『굿 럭』은 세련된 감성이 돋보이는 문체로 읽으면 읽을수록 탁월한 공감을 일으키는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특히, 아빠와 딸, 부부, 선생님과 학생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갈등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완숙미 있게 표현함으로써, 세 편의 단편소설은 한 편 한 편이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나간 세 편의 단편들 속으로 함께 기뻐하고 함께 고민하며, 마지막 감탄을 자아내기까지 푹 빠져들 수 있다.

 

가족은 ‘가족’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일 수도 있지만 구성원 각각에겐 저마다의 입장이 있다. 부모에게는 부모로서의 입장이, 자식에게는 자식으로서의 입장이 있다. 또, 부부 사이에도 미묘한 입장 차가 있다. 가정에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회사 동료, 학교 친구 등…….
우리는 종종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고 상대의 입장을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시게마츠 기요시는 어떤 훌륭한 해결책을 내놓는 건 아니다. 다만, 평범한 일상의 사건을 묘사하면서 그 안에 서로에 대한 갈등과 이해를 부드럽게 버무려놓는다. 마치 달콤하면서도 끝맛은 쌉싸름한 초콜릿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매일 보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의 상대를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게마츠 기요시는 가족소설의 1인자로 불릴 만큼 가깝고도 먼 가족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그는 가족을 테마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작가로 통한다. 특히 가족간의 단절, 방황하는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서라면 글로 맞설 작가가 없다. 어떤 이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서는 그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가족과 아이들이라는 주제는 자칫 식상하고 담담할 수도 있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밋밋한 일상에 드라마틱한 양념을 첨가함으로써 청량감을 자아낸다.우리는 너무나도 편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이해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오해가 깊어도 한쪽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별일 없었다는 듯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 그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 그리고 친구이다. 시게마츠 기요시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굿 럭』은 읽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