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사라진 DC 미니』 편에 이은 완결편 『최후의 결전』. 천재 과학자 도키타가 개발한 꿈 접속기 DC 미니를 훔쳐간 범인들이 밝혀지고 아츠코(파프리카)는 꿈속에서 적들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결을 펼친다.
전편이 주로 파프리카가 행하는 꿈 치료와 연구소 내부의 정치관계를 다뤘다면, 『최후의 결전』 편에서는 마치 헐리우드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하고 스릴 넘치는 꿈속 대결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다뤄졌던 기괴한 요괴들이 출현하는 장면 묘사는 애니메이션 못지않고, 영화에서 미처 알 수 없었던 상세한 상황설정과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알 수 있어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SF 거장 츠츠이 야스타카의 스케일과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세상은 과연 현실인가? 우리가 보고 있는 책상은 그 물체와 과연 동일한 것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실제 존재하는 그대로를 알 수 없다. 눈이나 감각기관을 거쳐 그것들을 지각하고 인지하여 임의로 선별된 정보들을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상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꿈이나 사이버공간의 세계는 어떤가? 과연 그 속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은 현실이고 꿈속은 현실이 아닌가?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확신할 수 있을까?

 

『파프리카』의 세계는 이런 근원적인 질문들을 무참히 깨부숴버린다. 주인공인 치바 아츠코와 도키타, 이누이와 오사나이 등은 강력한 DC 미니라는 기기를 사용하여 현실과 꿈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꿈속의 물건을 현실로 가져오거나, 꿈속에 나온 요괴들이 현실에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꿈속에 남의 꿈이 흘러들어오거나, 현실과 정말 흡사한 꿈도 꾸고, 꿈속의 장면조차 마음대로 변환한다. 가장 놀라운 기현상은 꿈속에 있는 파프리카와 현실에 존재하는 노세, 고나카와가 서로 만났을 때일 것이다.

 

이쯤 되면 이미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지을 수 없을 정도다.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무한공간으로 빨려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과연 ‘현실’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무의식 영역인 꿈의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반문해보게 만든다. 그러나『파프리카』는 이런 철학적, 심리학적인 소재를 다뤘다고 힘이 잔뜩 들어간 무거운 소설은 아니다. SF에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그리고 로맨스까지 가미된 지극히 엔터테인먼트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