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양귀자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따뜻하게 기억된 시간을 오려 담은 것이다. 소설가 양귀자, 시인 신현림, 방송작가 송정연 등 직접 글을 쓰는 작가들은 물론 정신과 의사, 아나운서, 라디오 PD, 가수, 무용가,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사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기억을 풀어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사랑에 대한 매우 다양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카피라이터 이만재가 기억하는 현가라는 건달은 문둥이 처녀를 사랑하게 되고, 끝내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눈썹을 뽑아내고 소록도로 들어가버린다.소설가 이순원이 기억하는 사랑은 13살에 결혼한 가난한 어린 신랑이다. 병든 아버지에게 남은 건 밤을 거둘 수 있는 산뿐, 아내와 굶주려가면서도 밤을 팔지 않고 묻어두는 어린 신랑은 마침내 손자들까지도 번영하는 풍성한 밤을 수확하게 된다. 우연히 만난 어린 소녀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정신과 의사 이시형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소녀와의 눈 속에서의 추억을 아프게 되새김질한다.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한 미망인을 기억하는 방송작가 송정연은 목숨을 던지려 했던 미망인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이렇듯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 책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자신을 스쳐간 숱한 사랑들 속에서, 결국 기억을 지배하고, 삶의 힘겨운 순간에 자신을 이끌어준 건… 마음에 따뜻하게 자리 잡은 사랑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