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특별하다. 다만 그 특별한 순간들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우리가 잊고 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삶의 아주 짧은 순간도 특별하지 않은 때가 없다. 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물론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이 직접 경험했거나 그들의 눈에 비친 특별한 순간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소개한 글 속의 일들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결국 소설가들의 글을 통해서 우리 삶의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우리는 먼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때로는 기뻐서 환호하기도 했고, 때로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서 목놓아 울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포로가 돼서 가슴을 쥐어뜯기도 했고, 누군가를 미워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습니다. 그 많은 일들이 모여서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그러나 우리는 그 일들 중 많은 부분을 잊어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아주 애틋하고 감격적인 순간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억의 불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그 일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아름답고 따뜻했던 순간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은 어떤 값진 물건을 도둑맞은 것보다 더 상실감이 클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우리는 소설가들의 도움을 얻어서 잊어버린 소중한 기억을 되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소설가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건져낸 절실한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서, 그 반응으로 우리의 기억 위에 덮인 먼지를 걷어내 보려는 것입니다.--「기획의 말」중에서

 

『내 영혼이 한 뼘 더 자라던 날』에는 모두 스물여덟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각 다른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지나온 삶의 순간들을 최소한 스물여덟 번 이상 돌아보게 해준다.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함께 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노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가 우리를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현상이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은 가슴 따뜻한 감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가장 우리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것은 역시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내용(김훈, 「광야를 달리는 말」)을 통해 아들이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아버지 나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거나, 여동생이 떠난 후 어머니와 통화하는 내용(신경숙,「어머니의 일일 연속극」)을 통해 어머니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한편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아들을 위해 새벽에 이슬을 털어주는 어머니 이야기(이순원,「어머니는 왜 숲속의 이슬을 털었을까」)나 병상에 누워서 어머니의 사랑이 자신의 살아가는 힘이라고 믿는 이야기(권지예,「어머니, 사랑합니다」)도 읽는 순간 저절로 가슴이 훈훈해지는 내용이다.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서 우리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이야기도 우리 마음을 많이 움직인다. 편리해진 문명의 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사는 세상(이승우,「사람에게로 가는 길」)은 인간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한 지역에 10년 넘게 살면서 겪게 된 이야기(김연수,「내 인생의 한때」)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조용히 돌아보게 해준다. 또 거울에 대한 분석적 성찰(구효서,「거울」)은 거울을 통해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보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같은 작업장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권태현,「잘난 사람과 아름다운 사람」)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잠깐 예를 든 것처럼 이 책은 발견하고 깨닫고 느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우리 영혼이 한 뼘 더 자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