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에서 신앙 시를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런 시들이 있더라도 오직 자신이 믿는 신을 위해서만 시를 쓰는 시인은 드물 것이다. 시인 백연주는 오직 자신의 절대자를 위해서만 시를 쓴다. 시 안에 등장하는 ‘그대’ 또는 ‘그’는 모두 ‘절대자’를 의미한다. 그녀의 시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 어떤 기교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시어는 난해하지 않고 간결하고 순전하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의 절대자 앞에서 온전히 자신을 내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를 읽고 있으면 그녀의 신앙의 깊이를 자연히 알 수 있다. 진정한 신앙인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시적 재능을 오직 절대자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직 단 한 분을 위해 시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녀의 시는 그녀의 문학 세계는 물론이고 그녀의 신앙 세계까지도 보여줄 것이다. 올 겨울 그녀의 아름다운 시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백연주 시인의 『창窓』 연작시 속에서 만나게 되는 개인상징 창은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 자리하는 것이며 열망과 동경이 시작되는 출구이다. 그것은 고통과 가난, 고독의 틀과 벽 안에 갇혀 있는 자아가 하늘, 바다, 햇빛 등으로 표상되는 시적 대상들과 조우할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고 또한 시간이다. 폐쇄된 공간 속에 존재하는 시적 자아 ‘나’는 비로소 창을 통해 절대자인 ‘그’는 물론이요 영원함과 무한함을 의미하는 하늘과 바다를 만나고 신의 축복을 의미하는 햇빛과 조우하게 된다. 그것은 ‘밝은 어둠의 도시’, ‘시끄러운 침묵’이란 역설적 표현이 암시하듯 고통과 번뇌, 관계와 소외,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등 일상과 세속의 번거로움을 지나쳐야 만나는 피안이고 유토피아이다.

-시인 서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