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언어를 통해 만들어낸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은 인류 문명의 가장 추악한 현실이며 인간 본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삶의 현장이다. 그러한 전쟁을 소재로 해서 글을 씀으로써 전쟁에 반기를 든 작가로 독일 작가 한스 벤더가 있다. 헤르만 헤세와 더불어 독일 최고의 국민 작가로 독일인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한스 벤더의 소설집 <내 동생>은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그는 2차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왔다.
첫 이야기 <저녁노을, 아침노을>에서 화자는 아버지와 함께 마차를 타고 전쟁이 끝난 시골마을 지나간다. 아버지는 전우를 만날 때만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전우의 집을 나서면서 아버지는 어린 한스에게 ‘너는 커도 나나 킬리안처럼 전쟁을 체험하지는 말아라’라고 한다. 아버지의 말은 바로 작가 한스 벤더가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내 동생>은 좁은 시골 고향 땅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형, 그리고 은밀히 선망하던 그런 형한테 저금통장을 털어주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다. 잔잔한 감동이 독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것이다.
<불쌍한 헤르타>에서 부모를 잃은 여 사촌 헤르타의 젊은 후견인인 화자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헤르타가 사제를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사제를 찾아간다. 그러나 결국 그 사랑은 거부되고 사랑으로 인해 헤르타의 병은 악화된다. 화자는 여 사촌에게 환상을 부추겼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후견인 자리를 포기한다.
<아비시니아 고지>에서는 안락의자에 앉아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나는 모험소설을 읽고 있는 화자가 등장한다. 그럴 때면 옆방에서는 엉터리를 시를 읽어보라는 시인이나 시낭송 밤에 오라고 재촉하는 시인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린다. 소설 속에서 나오는 중위는 원주민 소녀를 죽였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뾰루지가 솟아난다. 그는 소설에 빠져 있는 화자는 바로 소설 속의 중위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는 혹시나, 하고 자신의 손바닥을 살펴본다.
<그 정도까지 되었다>에서 노부부는 고양이 펠릭스를 통해 단지 오랜 습관에 의해 살아가는 애정 없는 부부생활에 새로운 생동감을 맛본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양이와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음성까지 내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동물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이 정도까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해학적이면서도 진지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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