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세상을 재창조한다면 그는 자신을 ‘신’이라 부르지 않고 ‘셰프’라 부를 것이다!
일류요리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우아하고 멋지고 자긍심으로 가득 찬 요리사들. 그들이 사는 세계는 과연 보이는 것만큼 멋지고 우아할까? 제대로 된 기술과 열정, ‘셰프’라는 지위에 걸맞은 위엄, 남자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한 예술세계, 이 삼박자를 모두 갖춘 진짜 ‘셰프’인 주인공 아르트 트로스트는 최고의 요리사다. 요리를 통해 세상을, 여성을, 사물을 바라보는 그는 뼛속까지 요리사의 영혼을 타고난 남자다. 최고 요리사를 상징하는 두 개의 미슐랭 별과 자자한 명성, 쏟아지는 선망과 질투, 직접 진행하는 TV 요리쇼. 서른일곱 살의 일류 요리사 아르트 트로스트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이 완벽한 남자의 인생은 유리컵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잉크처럼 서서히 꼬이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나는 ‘위험한 음식’을 원했다.
내가 말한 ‘위험한 음식’이란 속을 뒤집는 상한 음식이 아닌 자유롭고 경계를 뛰어넘는 음식을 뜻한다.우리는 그 음식을 모든 것이 조화롭고 엄선된 아폴론적인 요리와 반대되는 디오니소스적인 요리라고 칭한다. 나는 환희와 경악이 어우러진 거친 황홀감, 거의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혼란을 주고자 했다.나는 모든 요리에 적용할 모토를 정했다. 내 모토는 니체의 말에서 따왔다. 존재의 가장 큰 열매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비밀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위험하게 살아라!"

 

일주일간 벌어지는 난장판 속에서 과연 아르트 트로스트는 자신의 명성과 삶을 구해낼 수 있을까. 독자는 최고급 유럽 요리와 일류 요리사가 함께하는 음모와 배신, 암투가 가득한 진짜 요리사들의 세계로 흥미진진하게 끌려들어간다. 소설로 먹는 프랑스 요리는 세상에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색다른 맛을 선사해줄 것이다.일류 요리사 트로스트처럼 완벽하고 자긍심 있는 남자의 내면에도 인간의 본질인 고독과 나약함이 숨겨져 있다. 저자는 그를 통해 인생의 쓴맛, 단맛에서 비누 맛, 피 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생철학이 담긴 독특한 인생의 맛까지 얽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적인 맛을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로날트 히파르트식의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섬세한 문체로 잘 표현해낸 환상적인 맛의 진미다.

 

내 요리를 먹는 모든 이들에게 안식과 위안을!
『요리사 트로스트』는 요리를 소재로만 사용하거나 요리사를 주인공으로만 내세우는 장르소설, 혹은 요리 지식만 늘어놓거나 요리에 관한 각종 사유만 늘어놓는 현학적인 유럽소설이 결코 아니다.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레스토랑인, 진짜 요리사가 바라보는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는 세상, 그 세상에 관한 진짜 요리소설이다.『미스터 초밥왕』이 일본 요리를, 『식객』이 한국 요리를 맛보게 해주었다면 『요리사 트로스트』는 독자들에게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요리의 진수를 맛보게 해줄 것이다.

 

줄거리
주인공 아르트 트로스트는 네덜란드의 최고 요리사이자 스타 요리사이다. 유명한 셰프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노력하여 아버지를 뛰어넘는 요리사가 된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로, <스타알뤼렌>이라는 요리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도 스타 요리사지만 스타 요리사들은 실력 없는 요리사들이라고 경멸한다. 또한, 전통에 충실한 요리사들에게 멸시당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요리를 즐기지만, 전통주의자들보다 더 고지식하고 누구보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다. 이런 그의 삶은 언제나 요리로 꽉 차 모든 것을 요리와 연관지어 생각한다.하루 종일 주방에만 붙어 있고, 요리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예쁜 웨이트리스들의 유혹엔 철저히 굴복하는 요리사 생활 때문에 그가 사랑하는 여인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런 여인들에 대해 그는 별반 미련이 없지만 단 한 명, 안드레아만은 예외다.트로스트는 매년 여름에 있는 <스타알뤼렌>의 촬영을 위해, 전통주의자 라이벌 라뤼의 레스토랑인 사세토 성으로 떠난다. 프랑스 사세토 성에 온 첫날부터 초대 손님인 철학자 한센과 여배우 헬름케의 스캔들이 터진다. 이로 인해 초대 손님 섭외문제부터 라뤼와의 신경전, 때마침 벌어진 파업 사태로 식재료조차 조달할 수 없게 되고, 감독 루이의 어린 딸 요부 잔느의 유혹까지…… 트로스트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이 불편한 나날의 연속이다. 게다가 사세토 성으로 떠나기 전 옛 애인 안드레아와의 재회로, 그는 자신의 자부심인 미슐랭 별을 잃을 위험에까지 처하게 되는데…….